밤 11시쯤 홀로 집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까 사 온 하쿠슈 죠초 드보러크가 눈에 밟혔다. 한 잔만 하자 싶어 꺼내면서 까맣게 변한 콘크리트 바닥에 쨍그렁 큰소리가 났다. 아… 생각 안 나게 하던 통화를 떠올렸다. 회사에서 차기 프로젝트 배정 미팅 뒤집힌 얘기. 사수는 성장 기회야라며 넘겼지만, 리스크 매뉴얼엔 미처 적혀 있지 않았던 게 너무 많았다.
목 너머로 따끈한 액체 내려가면서도 머릿속은 냉정해졌다.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게 실은 성장보다는 말 그대로 고스펙 노예 위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.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그 뒷정리 안 해준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한 모금만 더 들이켰다. 고작 8만 원짜리 위스키지만, 이 한 모금이 내일 눈 뜰 때까진 200% 확실성이 있다. 회사의 확률 게임보다는 쪽팔리지 않았다.
출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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