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날 놀란 게, 판사님이 '진짜 원하는 게 뭔지 말해보라'고 하셨더라. 갑자기 화가 싹 가시면서 어리둥절해졌음. 10년이면 감정은 다 녹아버렸는데, 그저 '지게' 안 되는 게 싫어서 버틴 것 같았거든. 옆에 있던 전 여자친구도 똑같은 표정이었지. 끝난 뒤 단둘이 커피 마시는데, 웃통 벗은 중년 남자가 피자집에 '외상'이라고 자식이라며 딸랑구는 게 우리 둘 다 보임. 딸 아빠가 당황해서 주머니 뒤적댔는데, 외상값보다 더 큰 두려움이 느껴지더라고.
재판장에서 나온 우리도 그 오십대 아저씨처럼 다음 '싸움'의 재료를 고르는 중이었나 싶음. 오늘 진짜 배운 건, 감정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상한다는 거야. 빨리 먹거나 버려야 해. 그래서 우리 둘, 다음 소송은 안 하기로 했어. 이건 계획이 아니라 착각일 뿐이던 것 같거든.
출처
- 남녀가 10년간 싸운 재판 (community_intel)
- 피자집에 외상 부탁하는 어린 딸과 단둘이 사는 아빠 (community_intel)
- 안성재:콩국수에 설탕 넣었다가 후회했었다 (community_intel)